[GJCNEWS=문민용 논설위원] 주는 기쁨
숲속에 사는 여우가 길을 걸을 때마다 돌부리에 차여 발이 성한 날이 없었다. 고민 끝에 여우는 토끼를 잡아 그 가죽을 도로에 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토끼 한 마리를 잡아 자신의 생각을 전했더니 토끼는 펄쩍 뛰면서 말했다. “여우님, 저희 토끼들을 잡아 언제 도로를 다 포장하려고 하십니까? 그냥 제 꼬리를 잘라 가죽신을 만들어 신고 다니면 될 텐데요.”
사람들은 자신이 불편할 때 남을 통해 자신의 삶이 바뀌기를 기대한다. 삶의 태도를 바꿔야 하는데 말이다.
안에서 문을 잠그면 밖에서 아무리 두드려도 안에 들어갈 수 없는 것처럼 변화는 남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나 자신이 먼저 변화되고자 노력하고 훈련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진실된 마음은 그 사람을 돋보이게 하고 성공의 길에 서게 만들어주는 변화의 시작이다. 변화가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상황을 유지하려는 단단한 생각 속에서 변화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일시적인 개선만을 추구하는 마음도 삶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위험한 적이다. 물건은 쓰면 쓸수록 닳아 없어지고 생명체도 생장 성쇠의 단계를 거쳐 결국엔 사라져 간다. 인간의 심리 기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강한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사그라든다. 그렇기에 옛사람들은 세월이 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행복 심리학 용어 중에 ‘쾌락 적응’이라는 게 있다.
심리학자들이 발견한 심리의 한 단면으로 특정한 경험에서 느끼는 행복감은 그 경험이 반복될수록 행복감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행복감이 줄어들면 감사가 줄어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주는 기쁨’에서 얻는 행복감은 이 법칙의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러분은 주는 기쁨과 받는 기쁨 중 어느 것이 더 강한 행복감을 안겨준다고 생각하시는가?
그리고 현재 주는 삶을 살고 있는가?
받는 삶을 살고 있는가?
시카고대 심리학자 에드 오브라이언과 노스웨스턴대 심리학자 사만타 캐서러는 이런 궁금증에 대한 실험 결과를 미국 심리과학협회 저널 <심리과학>에 소개했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반복해서 다른 사람에게 같은 선물을 주는 사람은 같은 선물을 반복해서 받는 사람에 비해 행복감이 줄어들지 않거나 훨씬 더디게 줄어들었다. 행복감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것을 경험해야 한다는 통설과 다른 연구 결과다. 또한 기부를 하는 경우에는 횟수를 거듭해도 계속해서 신선하고 즐거운 느낌을 갖게 된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똑같은 사람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하는 기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받는 기쁨은 시간이 흐를수록 크게 낮아졌지만 주는 기쁨은 며칠이 지나도 거의 변화가 없었다.
기부자들은 시간이 흘러도 행복감이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부하고 사는 사람들이 이런 행복감 때문에 끊임없이 주는 삶을 살고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연구진은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에게 5일 동안 매일 5달러를 주고 어떤 학생에게는 자신을 위해, 어떤 학생에게는 다른 사람을 위해 쓰도록 했다. 예컨대 매일 같은 카페에 들러 팁을 주든가 같은 재단에 온라인 기부를 하는 식이다. 하루가 끝날 때는 자신이 어디에 썼으며 행복감은 어땠는지를 돌아보고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실험이 끝난 뒤 참가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자신에게 돈을 쓴 사람들은 5일 동안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행복감이 감소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돈을 준 사람들에게선 행복감의 감소가 보이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마지막 5번째로 주는 기쁨도 첫 번째로 줄 때만큼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이 뛴다는 말을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연구진은 온라인으로 500명이 참가한 두번째 실험을 했다. 이들에게는 10회에 걸쳐 퍼즐 게임을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에게 1회당 10달러를 지급했다. 그리고 이 돈을 자신이 선택한 자선단체에 기부하거나 자신이 갖도록 했다. 이 실험에서도 남에게 돈을 준 사람들의 행복감이 돈을 가진 사람의 행복감보다 훨씬 더디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 결과에 대해서 연구진은 행위에 중점을 두는 것과 결과에 중점을 두는 것의 차이로 해석했다. 돈을 받는 것은 결과에 중점을 두는 것이어서, 이 경우 횟수가 거듭될수록 경험에 대한 반응이 둔감해진다. 반면 기부처럼 행위에 중점을 둘 경우엔 기부 행위가 사회적 소속감과 연대감을 높여주고 자신의 사회적 평판에 도움을 주는 것도 행복감을 유지시켜주는 데 한몫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서 얻는 행복감이 바로 끊임없이 자선과 기부를 실천하고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심리적 반대급부와 같은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리라.
이러한 마음의 기제를 경험한 사람들일수록 타인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비워 변화된 삶을 살고 남을 배려하는 멋지고 행복한 삶을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