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남긴 “나는 신문이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말은 언론의 자유와 기능을 강조하는 고전적 선언이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은 과연 무엇 위에 서 있는가. 단지 자유 위에 서 있는가, 아니면 진리 위에 서 있는가. 이 질문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언론에게 신학적 차원에서 다시 제기되어야 할 본질적 물음이다.
기독교 신학에서 진리는 단순한 정보의 정확성을 넘어선다. 진리는 인격이며, 곧 하나님 자신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한복음 14:6)이라고 선언하셨다. 따라서 언론이 진리를 말한다는 것은 단순히 사실을 나열하는 차원을 넘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질서와 정의, 그리고 생명을 드러내는 일과 맞닿아 있다. 이 점에서 언론은 세속적 기능을 넘어, 하나님의 일반은총 영역 안에서 진리를 증언하는 공적 도구라 할 수 있다.
AI 시대는 정보의 생산과 유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인간이 아닌 알고리즘이 뉴스의 흐름을 설계하고, 데이터가 여론의 방향을 형성하는 시대 속에서, 진리는 점점 더 ‘구성된 것’처럼 보이기 쉽다. 그러나 성경적 관점에서 진리는 결코 상대적이거나 유동적인 개념이 아니다. 진리는 하나님께로부터 주어지는 객관적이며 초월적인 기준이다. 따라서 언론이 이 기준을 상실할 때, 정보는 곧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개혁신학은 인간의 전적 타락(total depravity)을 강조한다. 이는 인간의 이성과 의지가 완전히 무가치하다는 뜻이 아니라, 죄로 인해 모든 영역이 왜곡되었다는 의미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언론 역시 결코 중립적일 수 없다. 인간이 만든 모든 시스템과 구조는 죄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언론인은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하고, 끊임없이 진리의 기준 앞에 자신을 세워야 한다. 이것이 곧 ‘회개하는 언론’의 출발점이다.
정론직필(正論直筆)은 단순한 직업적 윤리를 넘어선 신학적 실천이다. 이는 인간의 유익이나 시대의 흐름이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와 진리에 부합하는 내용을 담아내려는 영적 결단이다. 구약의 선지자들이 왕과 권력 앞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담대히 선포했던 것처럼, 언론 역시 시대의 ‘예언자적 사명(prophetic vocation)’을 감당해야 한다. 예언자는 미래를 점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비추어 현재를 해석하는 자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은 신학적으로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 펜이 강한 이유는 그것이 진리를 담을 때 하나님의 말씀과 접점을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나 펜이 진리를 떠날 때, 그것은 거짓 증언이 되어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도구가 된다. 십계명에서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출애굽기 20:16)는 계명은 오늘날 언론 윤리의 근간이 되어야 할 말씀이다. 허위와 왜곡, 과장과 편향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의 죄의 문제이다.
AI 시대의 언론 위기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죄성과 맞물린 영적 위기이다. 클릭 수를 좇는 탐욕, 자극적인 보도로 주목을 얻으려는 욕망, 특정 이익에 편승하려는 유혹은 모두 인간 내면의 타락성과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언론의 회복은 시스템의 개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반드시 ‘내적 갱신’과 ‘영적 각성’을 필요로 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빛이요 소금이라”(마태복음 5:13-14)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존재론적 선언이다. 빛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 존재한다. 소금은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부패를 막기 위해 녹아지는 존재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언론은 자기 보존이나 영향력 확대가 아니라, 진리를 위해 자신을 소모하는 ‘섬김의 구조’를 가져야 한다.
또한 언론은 ‘공공신학(public theology)’의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다. 공공신학은 신앙이 교회 울타리를 넘어 사회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탐구한다. 언론은 사회 담론을 형성하는 핵심 매개체로서, 정의와 공의, 생명과 존엄이라는 성경적 가치가 사회 속에 반영되도록 기여해야 한다. 이는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원적 가치에 대한 책임 있는 증언이다.
사도 바울은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로마서 12:2)라고 권면한다. 이 말씀은 오늘날 언론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세속적 기준과 경쟁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는 지적·영적 갱신이 필요하다. 특히 AI 시대에는 기술을 사용하는 능력보다,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신학적 판단이 더욱 중요해진다.
결국 언론의 미래는 기술에 달려 있지 않다. 그것은 진리 위에 서려는 인간의 결단에 달려 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 진실을 향한 용기, 그리고 공동체를 향한 사랑이 회복될 때, 언론은 다시 신뢰를 얻고 사회를 바르게 세우는 도구가 될 수 있다.
AI 시대의 언론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진리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흐름을 따를 것인가. 빛이 될 것인가, 아니면 어둠에 편승할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언론인은 다시 하나님 앞에 서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 위에 굳게 서서 세상을 밝히는 빛과 부패를 막는 소금의 사명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문 형 봉 (京南)
전) 대한기자협회 상임중앙위원
월간 KNS뉴스통신 사장
현) (재)국제언론인클럽 고문
헤드라인코리아저널 발행인
식약저널 편집인
특수경찰신문 편집주간
더조은신문 편집인
한국신문방송총연합회 부회장/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