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전, 무안국제공항에서 대형 항공기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를 벗어나면서 참사가 벌어졌으며, 현재까지 127명이 사망, 2명이 구조되었고, 나머지 실종자에 대한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예견된 비극, 활주로 길이 부족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2.8km에 불과하다. 국제공항으로서의 표준 활주로 길이는 최소 3.5~4km로 대형 항공기의 안전한 이착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활주로 길이가 부족할 경우, 대형 항공기가 착륙 후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못해 활주로를 벗어나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은 무시되었고, 결국 이번 참사로 이어졌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 조종사는 매뉴얼대로 동체착륙을 시도했지만, 부실한 활주로 설계가 참사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활주로 길이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비상 상황에서의 대응 여지를 완전히 빼앗아 버린 것이다.
철새 도래지, 무방비 공항
무안공항은 영산강 하구와 무안갯벌 인근에 위치해 있어 철새 도래지와 가깝다는 점이 잘 알려져 있다.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은 항공기 엔진 손상과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위험 요소로, 세계적으로도 철저한 예방 대책이 요구된다.
그러나 무안공항은 조류 충돌 방지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철새 이동 경로와 인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음파 퇴치 장치나 조류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정치적 논리로 탄생한 부실 공항
무안공항은 2007년 개항 당시부터 정치적 논리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국제공항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공항 설계와 운영에 있어 기본적인 안전 기준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활주로 길이 문제와 조류 충돌 방지 대책 부재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예견된 문제였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지역 민원 해결을 위한 정치적 공항”이라고 꼬집는다.
국민 안전을 외면한 무책임
이번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국민의 안전을 우선시해야 할 공공 인프라가 정치적 이익과 부실한 관리로 인해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사고는 무안공항의 구조적 결함과 운영 미비가 가져온 명백한 인재로 기록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공항 설계 및 운영 전반에 대한 재점검에 나서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의 생명이 정치적 논리와 부실 관리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