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점을 둔 로맨스스캠 조직에 대한 대규모 검거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체포 인원과 달리 피해자들의 손에 실제로 돌아오는 금액은 극히 제한적이다. 수사 성과와 피해 회복 사이의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로맨스스캠(연애빙자 사기)은 감정을 매개로 신뢰를 형성한 뒤 투자·가상자산 명목으로 자금을 편취하는 구조를 갖는다.
문제는 이 범죄가 제도적으로 '자발적 송금'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유사한 기망 구조를 가진 "보이스피싱"과 달리 전기통신금융사기로 명확히 포섭되지 않아 즉시, 계좌 지급정지 절차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법무법인 초원의 김동률 변호사는 "피해자가 곧바로 신고했음에도 계좌 동결이 지연되는 순간, 제도의 한계를 절감한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계좌 명의 대여 제한, 인출 한도 강화 등으로 인해 편취금이 즉시 현금화되지 않고 며칠에서 길게는 1~2주가량 계좌에 머무는 사례도 적지 않다. 회복 가능성이 남아 있는 '골든타임'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신고 직후 지급정지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그 시간은 무의미해진다. 범죄수익이 인출 이전된 뒤에는 사실상 추적과 환수가 별개의 문제로 전환된다. 특히, 해외 조직형 범죄의 경우 자금이 국외로 이동하거나 다단계로 분산 이전된 뒤라면 환수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진다. 최근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한 조직 사건에서도 대규모 검거와 달리 피해금 환수는 또 다른 과제로 남았다.
피해가 반복되는 구조적 이유도 분명했다. 로맨스는 '신뢰'를 만들고, 투자는 '합리적 판단을 흐리는 장치'로 작동한다. 감정과 수익 기대가 결합되면 의심은 늦어지고 손실 규모는 커진다. 여기에 수치심과 낙인 우려가 더해져 신고 자체가 지연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돈을 돌려주겠다"는 2차 접근에 다시 속아 추가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도 존재한다. 초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회복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이유다.
결국 핵심은 '검거' 이후가 아니라 '신고 직후' 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로맨스스캠 피해 역시 즉시 '계좌 동결·차단'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범죄의 외형이 아니라 기망 구조와 피해 양상을 기준으로 보호 장치를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범죄를 잡는 것과 피해를 돌려받는 것은 다른 문제다. 로맨스스캠 대응이 여전히 처벌 중심에 머문다면, 피해 회복의 사각지대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수사 성과의 숫자보다 피해자의 계좌에 실제로 복구된 금액을 기준으로 제도를 평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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